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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강의처럼 2배속으로 시간이 지나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시간을 버린 것일까. 견딘 것일까. 그냥 흘려보낸 것일까.
프린트 질이 안좋다고 악평이 가득한 스티브맥커리 전시회의 표를 달랑 한장 받아들고서도.
광화문 근처의 옛시간들이 눈에 밟힐까봐 였는지.
그저 프린트의 질이 않좋다는 악평 때문이었는지. 는 몰라도.
아무튼. 나가보질 못했다.
오늘처럼 긴 밤에는 그 어떤 강의나 책보다도.
비밀의 상자 속에 잔뜩 들어찬 카드 한 장에 빠져들고 싶지만.
결코 소홀히 흘려보낼 시험이 아니기에.
불숙불숙 끓어오르는 감정을 꾸역꾸역 때려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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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HR에 관한 책을 건성건성 넘겨보았다.
인간의 자질을 글 몇 줄로 평가하는 우스움에 잠시 분노하다가.
객관적 지표라는게 과연 존재하느냐에 대한 고민에 빠져.
고개를 드니 어느덧 1시간이 흘러있다.
참 쓸데 없는 망상은 시간을 빠르게 한다.
내가 결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이 '객관적'이라는 말이 과연 진짜 현존할 수 있는 말인지..
결국 그 망할 기준의 논리와. 관점의 변명에 부대끼는.
지극히 설득력 없는 '객관적'이라는 단어따위가.
내 소중한 시간을 1시간이나 앗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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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후회하고.
원인을 하나하나 좇아 올라가 후회를 확장하면.
결국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으로 귀결되는.
어이없고 과격한 망상.
망상을 멈출 수 없게 되는 순간.
망상에 사로잡히는 순간에는.
무념무상이 어떻고.
일체유심조가 어떻고.
몰아의 경지가 어떻고. 하는.
허접떼기 철학보다도.
그냥 하나님이 뒤통수 한방 쎄게 때려주면.
..
아플것 같다. 취소할게요.
공허함에 환장할 것같은
사쿠라 가득한 써니데이도 별로지만.
확실히 밤은 너무 길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