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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아름답고도, 따뜻한 한 사람과, 지독하게 치열하고도, 뜨거운 한 사람이 있다.

한사람은 눈 덮힌 북해도를,  한사람은 바람이 듬뿍 베여있는 제주도를 사랑했다.


나의 사진 취향은 풍경보다는 인물 쪽에 치우쳐있다. 멋진 구도의 절경을 바라 보는 것을 마다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클로즈업된 사람의 눈망울에 비친 만가지 생각과 얼굴을 가로지르는 빛을 바라보는 쪽에 마음이 동한다

그런 나의 취향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풍경들이 있다.

바람을 프레임안에 가두고 싶어했고, 제주의 오름을 사랑한 한 사람, 「김영갑」.

북해도의 눈덮힌 설원을 떠올릴 때, 언제나 오버랩 되는, 「마에다 신조」.


마에다 신조는 자연을 한껏 아름답게 재해석 해낸다. 마치 판타지 같은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물들여 버린다.

어설픈 치장이 아니다, 서투른 기교로 장난을 치지 않는다. 딱히 어려운 철학적 의미를 담지도 않는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느낄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충분히 끌어내어 매료시켜버린다.

보고 느껴라. 바라보기에 따라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무언의 메세지를 던진다.


김영갑은 치열하다.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니다.

많은 사진사들이 사진을 통해 시간을 가둔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그의 사진은 단순히 죽은 시간이 아닌 살아서 꿈틀거리는 시간을 온전하게 붙잡고 있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억새, 나뭇가지, 대기의 떨림을 느린 셔터로 담아 냄으로써,

그는 바람을 가두고, 시간을 가둔다.

분명 아름답지만, 신조와 같이 바라봄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역동하는 시간에서 오는 생명의 아름다움이다.

살아있은 것은 아름답다. 멈춰있는 시간, 단절된 장면의 아름다움에 비해,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역동성은

다른 의미로 아름답다.


가끔은, 멍하니 바라다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로는, 세포 하나, 하나를 곤두세워 살아있음을, 그 생명의 역동성을 맛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하게 만난 풍경들은 문득문득 절실했던 감정의 구멍을 채워주고 간다.


삶은 사람의 눈망울에만, 주름진 세월의 흔적에만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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